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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기

버팔로에서 만난 기호 형님

by wizmusa 2007. 8. 3.
2002/01/26 (토)

 나이가라 폭포를 하도 걷다 보니 피곤해졌다. 쉬는 김에 전에 YMCA에서 들었던 조언과 같이 식빵을 사려고 grocery를 찾았는데 관광지라 근처에는 없는 듯 했다. 버팔로에서 시카고까지 가려면 10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기차 안에서 먹을 빵을 사두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고생을 하겠구나 싶었다.

Coloured Bridal Falls

The nightly illumination of the falls has got a long history.

출처: http://flickr.com/photos/mkuhn/50143019/

 어차피 새벽 1시까지 버팔로에 있어야 하니 일루미네이션이나 보고 마트를 찾아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각주:1] 그렇게 별 생각 없이 기다리다가 기호 형님을 만났다. 미국에 유학 왔다가 우연히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태권도 사범 일을 계속 하는 중이라는데 아직 01 비자라서 제약이 많지만 완전한 영주권을 얻기 위해 여러모로 애를 쓰는 중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내가 불법체류자인가 아닌가 살펴봤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내 하는 짓이 여행객이라 부담 없이 말을 걸어온 듯 싶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불법체류자 얘기가 계속 됐는데 미국은 허드렛일 하는 불법체류자는 굳이 내보내지 않는단다. 되려 어학교육 등을 제공하면서 영주권자로 갈 수 있는 길을 비공식적으로 열어둔다고 했다. 대중교통 등 돈 없는 사람이 갈 수 있는 장소나 탈 것에 '유색인종'[각주:2]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쨌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많은 한국인들이 불법체류를 하느라 이런저런 법률자문이나 영주권 상담 등 비공식적인 시스템들이 갖춰진 모양이다. 그 와중에 사기꾼들도 많고.

GM Lee and senior black belts

GM Lee and senior black belts

출처: http://flickr.com/photos/scottfeldstein/314574590/

 미국은 생각 이상으로 태권도 사범의 위상이 높다고 한다. 동양인 남자를 우습게 아는 많은 백인 여자들이 태권도 사람이라면 많이 붙는단다. ^^ 실제로 백인 아내를 둔 태권도 사범이 많다고 한다. 영주권, 시민권을 얻는 가장 빠른 길인 면이 있다고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 어학연수생도 Korean community가 참 끈끈하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기호 형님 얘기를 들어보니 갖가지 정보 교환 등 교류가 정말 활발한 듯 싶다. 사기꾼이 많아서 처음에는 경계를 하지만 일단 아니라고 판단하면 잘 해주는 모양이다. 옆에서 보니 한인록도 자주 갱신되는 것 같고 한인 대상의 연예지[각주:3]도 나오는 걸 보니 미국 내 한인사회가 꽤 굳건함을 알고도 남았다.

수퍼마켓에 진열된

사진에는 없지만 $1 이하의 빵도 꽤 있었어요.

식빵 말고도 스팸과 땅콩버터, 피클을 샀지요.
출처: http://flickr.com/photos/liesje/179185183/

 기호 형님은 North Carolina에서 사는 중인데 지금은 홀로 자동차 여행 중이었다고 했다. 형 덕분에 큰 수퍼마켓에 가서 장을 보았다. 이런 저런 쇼핑 노하우를 배웠는데 수퍼마켓에 와서야 미국의 식품 물가가 정말 싸다는 걸 실감했다. 커다란 식빵이 85센트(세전) 하는 것도 있었다. 라면 물을 받으러 Holiday Inn에도 들어가 보기도 했다.

 기호 형님 덕분에 편하게 Amtrak Buffalo Depew역에 올 수 있었다. 형님은 새벽 1시까지 기다려 주셨다가 가셨다. 나중에도 형님이 부탁하신 것 때문에 통화를 했는데 그 이후로는 연락할 수 없었다. 형님이 알려주신 이메일 주소가 잘못된 모양이었다. 직접 적어주신 건데 정말 안타깝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면 방명록에 연락처를 남겨주셨으면 좋겠어요!!!"

  1. 이렇게 무대책으로 여행하면 안 됩니다. [본문으로]
  2. 이 말 싫은데. [본문으로]
  3. 한국의 스포츠 신문 기사를 출처를 밝히면서 옮겨 놓은 것. 물론 우리나라 신문의 미국 영업 지사도 따로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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