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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기

샌디에고로 가는 기차 안에서의 단상 (2)

by wizmusa 2014. 2. 16.

2002년 2월 2일 (토)

 먼저 "Hi!"하며 인사하는 게 좋다. 우리야 대충 영어를 하지만, 영어 외의 다른 나라말은 못하는 사람들로서는 동양인이 영어 구사여부를 모르면 불안해 한다는 느낌을 꽤 자주 받았다. 또한, 미국 문화는 eye contact 이후에 인사하는 게 정석이라 눈 마주치고도 그냥 지나가는 여행자에게 불안함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도 잦은 모양이다. 얘기를 길게 할 필요는 많지 않은 듯. 그건 그거 대로 어색할 것이다. ^^

라고 노트에 적는데 건너편 자리에 있던 백인의 중년 아저씨가 한국인인지 물어왔다. 이때까지 일본인이냐는 물음만 받아 오다 한국인이냐는 물음을 처음 받아 신기하긴 했지만 listening은 돼도 speaking이 힘들었던 터라 한두 마디 대답한 후에는 대충 웃음으로 때웠다. 실은 기차 안에서 신발을 벗는 무례를 범하던 터라 지적 받을까 두려워 대화를 끊었던 면도 있었다.[각주:1]

 

 이곳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게, 기차 타고 24시간이 넘었는데도 신발을 벗은 사람이 없다. 주변을 보니 잘 때도 신고 있어서 기가 찰 지경이었다. 신발을 벗은 사람은 나와 근처에 있던 일본인 여행자 뿐이었다. 나라 망신이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도저히 신발을 제대로 신기는 힘들었다.

 

 이러던 차에 뒷쪽의 coach class 객차가 고장났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그 차에 탔던 승객들이 내가 있는 객차로 우루루 몰려왔다. 이 구간은 객차에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이라 별일 없으면 다들 좌석을 두 개씩 차지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한 명당 한 자리씩 앉는 좌석이 많아졌다. 다행히 난 계속 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각주:2]

 

 마음 불편한 일이 좀 있어서였는지 El Paso에서의 지체가 더욱 짜증났다. 자승자박이었다.


  1. 시카고 가는 기차에서 승무원에게 신발 벗고 있던 걸 지적 받은 적이 있어서 완전히 벗지는 않고 대충 걸친 정도로 두었다. [본문으로]
  2. 짐을 윗선반에 올리면 끼니 때마다 번거로워서 옆 자리에 두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