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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기

패버리고 싶었던 녀석

by wizmusa 2007. 4. 3.
2002년 1월 21일 (월)

 Washington HI Youth hostel에서 만난 녀석이다. 워싱턴 Mall 순례를 마치고 들어와 보니 내 옆 침대에 웬 백인 청년이 책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나를 보고는 살갑게 말을 붙이길래 처음에는 친절한 사람이려니 했는데 외국인 여행자를 보면 의례히 하는 질문인 국적을 물어왔다.

 "Korean. I'm a Korean." (더듬 더듬)

 그 녀석은 내 답을 듣자 갑자기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대뜸 한국은 중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냐고 물어왔다. 내게 그걸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영어 어휘가 준비되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단순하게 독립적인 역사를 가진 나라라고만 설명했다. 악의적인 질문에 기분이 나빠져서 더 이상의 대화를 진행하지는 않고 저녁을 먹으러 방을 나갔다.(1)

  간단하게 챙겨 먹고 방으로 다시 들어가는데 아까 그 녀석이 내 뒷담화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코를 많이 골고 (-_-) 이상한 음식 (간식으로 먹던 볶은 콩)을 먹느니 어쩌느니 그런 얘기였다. 정말 기분이 나빴지만 인기척을 하고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날도 피곤하게 돌아다녔으므로 코를 많이 골았을 것이다.

***

(1) 이후로도 미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알게 해주는 사건이 몇 건 있었다. 유럽인 여행자들은 그렇지 않았는데 유독 미국인들에게서 고의든 아니든 이런 일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