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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기

비수기의 Buffalo역

by wizmusa 2007. 7. 20.
2002/01/26 (토)

 새벽 1시 9분에 Buffalo Depew역에 도착했다. Amtrak의 장거리 노선은 역무원이 깨워주기 때문에 승객은 그냥 맘 놓고 자도 된다.[각주:1] 내리는 거야 잘 내렸지만 막상 역사로 가보니 난감했다.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걸출한 관광지의 역답게 깨끗했고 도심과 거리가 멀어 노숙자가 없기 때문에 불안하지는 않았지만, 자그만 역사 안에서 다소 침침한 간접조명 아래 나 혼자 있으려니 한숨만 나왔다.

The train from Niagara Falls, Ontario to Buffalo Depew.The train from Niagara Falls, Ontario to Buffalo Depew. 새벽 1시에 내릴 만한 곳은 못 되네요.출처: http://flickr.com/photos/sheilaellen/112531542/

 계획은 첫차를 기다려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고 다시 돌아와 역시 새벽 1시 9분에 오는 기차를 타고 시카고로 가는 것인데, 그 첫 단계인 첫차를 기다리는 게 왠지 짜증났다. 그레이하운드를 타면 시간 운용이 편한데 Amtrak을 타니 이런 게 너무 불편했다. 비수기라 차편이 적어 그 불편은 더 한 듯 했다. 이거 여기서 24시간을 어떻게 지내나 하는 생각을 하니 난감함은 가시지 않았다.

Current Am-shed in Buffalo.Current Am-shed in Buffalo. 밤에 보면 적막 그 자체.출처: http://flickr.com/photos/maestroben/381059867/

 자면 될 텐데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역사 바깥의 사방이 깜깜하기만 해서 나갈 엄두도 못 냈다. 답답하다. 답답하다. 그런 생각만 하며 첫차를 기다리다가 마음을 고쳐 먹고 역사 안의 모든 인쇄물을 샅샅이 훑었다. 나이아가라 이야기부터 버팔로의 잡다한 얘기를 읽으며 답답함을 이기려 애썼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혼자 여행하는 걸 가장 후회했던 때가 이 때가 아니었나 싶다.

 미리 얘기하지만, 첫차 타고 나가면서 후회는 사그라지고 담담해졌다. 그렇게 담담한 마음가짐을 하고 캐나다까지 왔다갔다 하며 잘 다녔다. 물론 운이 좋아서였지만.

  1.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역무원이 표 검사를 하면서 행선지를 적은 표를 좌석 위의 선반에 붙여 둔다. 좌석을 옮기려면 알아서 행선지표도 같이 옮겨야 역무원이 깨워 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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