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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기

wizmusa's Broken English (6)

by wizmusa 2022. 7. 11.

2002년 2월 3일 (일)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사람은 특출난 재능을 타고나지 않은 이상에는 '완벽한' 영어 발음을 하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TV에 나오는 유학도 안 간 영어 강사가 유창하게 발음하는 건 그 사람이 그 만한 재능을 타고 났기 때문이지 노력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어디 가서 니하오 소리 듣기 십상인 Asian은 TV 뉴스 앵커처럼 발음해도 쉽사리 인정받기는 힘드니, 발음 연습에만 전념해서는 곤란하며 중고급 어휘를 익히는 편이 학습 효율이 좋다.

심지어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조차 자주 쓰는 영어 표현이 다르다. 사투리라고 해야 할까? 나로서는 예시를 들기가 힘든데, 중학교 수준의 어휘를 쓰는 말이 화자의 출신지마다 어휘를 고르고 배열하는 양상이 다른 걸 겨우 두 달 여행했던 나도 알 정도였다. 영국 영어, 미국 영어가 다르다는 식의 얘기가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지역마다(주마다) 상당히 다르다는 이야기다. 'slippery'라는 발음을 미국인들끼리 알아듣지 못하는 사례를 여행 노트에 적어 두기도 했다. Jerry 할아버지의 뉴욕 Grand tour 때에도 미국 여기 저기에서 온 미국인 여행객들이 서로 발음을 두 번 세 번 확인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발음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건 아니다. 원어민이 하는 발음을 들은 적이 없는 어휘를 발음할 때에는 한국인 머리로 생각한 발음으로는 턱도 없을 수 있다는 점은 자각해야 한다. 다만 두 달 미국여행을 하다 보니, 말이 미국이지 사투리들이 엄청나게 심해서 사는 동네를 벗어나면 앞서 얘기했던 대로 자기들끼리도 확인을 해야 할 정도이다. 다양한 사람을 접한 사람이 잘 알아듣는다. 나이를 막론하고 꼰대가 못 알아듣고 심지어 못 알아듣는 척도 한다. 소견이지만, 어줍잖게 slang을 쓰기보다는 대학 수준 혹은 신문기사에 나오는 어휘를 쓰는 게 존중을 받기에는 더 낫지 않을까 한다. 대하는 사람 나름이기는 하다.

그리고, 미국 영어 회화를 하게 된다면 동화, 스포츠, 드라마 등 미국 문화를 알아야 못 알아듣는 일이 줄어든다. 분명 낱말 하나 하나는 아는 것인데, 숙어도 아니라 뜻이 사전에 나오지 않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난다. 비즈니스로 메일을 주고 받는 때에는 이런 고민을 할 일이 적은데, small talking을 해야 하는 상황에는 무의식중에들 배경지식이 있어야만 이해가 가능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행 중에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여행객끼리 영어로 소통하는 게 마음이 참 편했다.

국제 모국어의 날(2월 21일)이 있었군요. https://g.co/kgs/8wPniz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planeta/9481280349